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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집 고양이들/초보집사를 위하여

고양이가 자꾸 습식을 그릇이 아닌 손으로 줘야 먹는다고 고민하길래..

by 드립오어드립 2023. 4. 19.

고양이 입장에서 써 드렸다.
나라도 손으로 떠 주면 기쁘지.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귀여움.


고양이 :

저는 이래서 그릇에 주는 게 싫어요.


식기 테두리에 수염 닿는 것 : 싫음

핥을때마다 습식이 밀려나가는 짜증나는 식기 : 싫음

식기 표면에 남은 건조대 특유의 물냄새와 세제 냄새 : 싫음

혀에 닿는 딱딱하고 찬 식기의 표면질감과 온도 : 싫음

식은 습식을 핥는동안 주인이 나만 남기고 자리를 뜨겠지 : 싫음


하지만 집사가 손으로 떠 줄 때 기쁜 이유는요.


손 온도가 전해져 풍미가 살아난 습식 : 좋음

내가 원하는대로 먹기쉽게 조금씩 떠 주는거 : 좋음

혀에 잘 안착하게끔 움직여주는 주인 손과의 교감 : 좋음

부드럽고 마음 편하게 혀에 닿는 손가락 : 좋음

수염을 촥 접고 먹을 필요 없으니 주둥이 주변과 입에 남는 피로도 없음 : 좋음

이렇게 먹을때면 가끔 눈도 맞춰주고 말도 걸어주고 계속 곁에 있어줌 : 개 좋음



지루한 집고양이의 하루 일과 중,

집사가 습식을 손으로 떠 먹여준다는
초 단위로 행동을 주고받는 적극적이고 원초적인 교감의 시간을
유일한 하루의 즐거움으로 여기고,
온종일 그 순간만을 기다리는 고양이도 분명히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언젠가 고쳐야 할 습관이다.

내 늙은 고양이가 그렇게만 먹는다면 그냥 받아들이자.

하지만 아직 젊은 고양이라면 다른 즐거움으로 시선을 돌리고
공복시간을 늘리고 다른 종류의 교감을 추가하여야
입이 까다로워지거나 방문탁묘시 곤란하거나 단식투쟁을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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