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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투, 노하우

항암이 끝난 후에 찾아오는 손 발끝 저림. 조급해 하지 말고 길게 보자.

by 드립오어드립 2022. 2. 28.

항암이 끝난 가족이 있다면 , 아마도 장기간의 항암으로 인한 말초신경병증의 영향을 받아 삶의 질이 조금 하락한 상태로 울적해할 수 있다.

내 마음대로 되던 건강이 수술 이후부터는 더 이상 예전같지 않은게 사실이고, 태생이 좀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이따금 지치고 쳐지는 날이 있기 마련이다. 어떻게 사람이 한결같이 강하기만 할 수 있나.

그래도 어떻게든 익숙해지고 관리를 아무생각 없이 습관처럼 할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긴 온다. 아침에 일어나 당연히 양치를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저렴하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손발끝 자극 방법으로 지금은 다음의 세가지를 쓰고 있다. 

 

 

1. 문틀 고정형 철봉 + 라텍스 고리

 

- 매달리려면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쓰게 된다. 당장 턱걸이를 하라는 게 아니다. 단단하게 고정되는 제품을 고르는 게 중요하고, 가능하면 피스를 박아서 고정시키면 좋지만 그럴 수 없는 집도 있으니 자신의 집 상황에 맞게 선택하자. 

라텍스나 실리콘 고리를 함께 쓰는 이유는, 봉을 잡을 때와 고리(밴드)를 잡을 때 다른 소근육을 더 다양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단단하거나 차가운 소재를 쥘 때 손발끝에 더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소재를 바꿔주는 역할도 있다. 봉에 수건 등을 감으면 자칫 놓치기 쉬우니 헬스 전용 라텍스 밴드나 고리를 걸어서 잘 고정해 쓰자. 

 

발끝을 걸어 힘을 줄 땐 넘어지지 않도록 문틀이나 의자를 활용하는게 좋다. 길게 늘어뜨린 라텍스 밴드에 발끝은 걸고 바닥쪽으로 누르면서 힘을 주면 된다. 라텍스 밴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발끝에 적절하고 신중하게 힘을 주게 된다. 

고리의 끝을 잡고 텐션을 조절하기, 맨드에 손가락을 하나씩 얼어서 아래로 당기기 등 내가 절대로 안 쓸것 같은 방향과 그립 방법을 쓰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내느라 불편함을 잊는 데 도움이 되며, 안 쓰는 근육은 나이가 들 수록 더욱 퇴화하기 때문에 한 번 걸어두면 나머지 가족도 운동이 가능하니 일석이조.

 

2. 파라핀 소형 욕조

-준비물이 조금 들고 파라핀을 구매하거나 녹이는 작업이 번거롭긴 하다. 그러나 이걸 해주면 받는 사람이 '관리받는 느낌'을 그나마 받고 따뜻하거나 뜨끈한 파라핀의 생경한 감촉과, 서서히 굳을 때의 느낌 덕에 손발끝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불편함과 마음의 짜증, 부정적인 생각을 조금 줄이고 입 밖으로 표현을 덜 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같은 불편함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서 해소되는 불편이 있고, 말해봐야 듣는 사람 기분만 상하는 불편함이 있다. 어느 쪽인지는 가족의 성향에 따라 다를테니 잘 구별하자. 환자도 인지능력이 있는 상태라면 장기간 옆에서 보조해주는 가족이 감정이 있는 사람임을 잊으면 안된다. 

 

3. 충전식 쿠션형 안마기 

- 코스트코에서 구할 수도 있고 온라인몰에서 살 수도 있다. 가능하면 손이나 발 전용으로 나온 거 말고, 쿠션형 (내 경우는 코스트코 온라인몰에서 오아 쿠션형 안마기를 사서 씀. 광고 아님.) 으로 사면 나머지 가족들이 등이나 배 찜질, 종아리 안마할 때 쓸 수도 있다. 

발을 자극할 때에는 의자나 쇼파에 앉은 채 충전해둔 쿠션안마기를 바닥에 놓고 발을 올려두면 된다. 우리가 쓰는 건 한 번에 20분 정도 쓰면 자동으로 안마가 종료되므로 너무 장시간 앉아있거나 자는동안 계속 작동되어 방전될 일이 없다. 안마가 한 타임 끝나면 지금 몇 시 몇 분이겠구나, 하고 흐른 시간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 한 번 충전 해두면 3회 정도 쓰는 듯. 

사실 사고싶은 걸 사면 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한정된 특수목적용으로 나온 것을 사지는 않는 게 우리 가족의 가풍이라서 그런 것 뿐이고, 오직 내 손만을 위해 손 전용 안마기를 산다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할 사람은 없다. 가족이 붙어서 매일 안마해줄 것이 아니라면 안마기를 사는 것이 서로의 관절을 위해 좋다. 물론 직접 안마 해주는게 애틋하고 좋을 때도 있지. 

 

https://www.costco.co.kr/p/642807


 

무엇보다도 지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을 것.

 

건강하던 (사실은 건강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던) 원래의 생활을 과도하게 그리워하지 말고, 누구나 일정 확률로 이 정도는 아플 수 있다고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드껴지도록 노력할 것. 원래 신경은 천천히 돌아온다. 

내가 운이 나빠서 한국인이 된 게 아닌것처럼, 누군가 운이 나빠서 남자(여자)로 태어난 게 아닌것처럼. 내가 운이 나빠서 암에 걸렸다고 생각하거나 억울해하는 것이야말로 아무런 소득 없이 체력과 정신력을 깎아먹는 행위. 그 때는 어렸고, 지금은 암이 아니라 노화로 인한 통증을 항암 탓으로 돌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 우리가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조급해서 자꾸 더 빠른 길을 찾고 싶어하니까 괴로운 거라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도 필요하다.  

가능하면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삶거나 찌는 방식으로 조리해 먹고 (튀기거나 태워먹지 말고) 간식도 빼놓지 말자.

 

돌아보면 늘 정공법이 이긴다.

초조함에 지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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