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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집 고양이들

동향집 검은고양이, 빌리 이야기

by 드립오어드립 2022. 4. 14.



검은고양이 '빌리'는 그리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우리집 가족이 되었습니다.


아마도 빌리가 태어난 곳에서의 시각에서 빌리는..
기대했던, 소위 잘 팔리는, 예쁜 코트와 얼굴의 고양이가 아니었을테지요.



털은 말똥성게처럼 부숭부숭하고 아직도 반쯤은 야생고양이처럼 굽니다.
순화가 필요하지 않은 월령임에도 영상을 올리게 되기까지 많은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아마 지나치게 어린 월령에 어미와 떨어져 여기저기 전전했으리라 추정됩니다.




마일드한 구개열(언청이)이 있고,
질기게 관리중인 상부호흡기질환과 함께, 한쪽 눈꺼풀이 짧아(또는 안구 크기 차이로)
잘 때 한쪽 눈을 뜨고 잡니다.


순막은 정상적으로 덮이고, 자는 동안 실수로 발톱이 걸릴 형제고양이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만성 결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려서 세부검사를 해볼 수 없었지만 각종 열성유전자 덕에 털이며 몸이며 얼굴이며 모든 것이 어정쩡한 빌리.

그래도 여기서 함께 하는 동안엔 하고픈거 다 하고, 즐거웠고, 꽤 괜찮았던 묘생이었다고 회상하길 바랍니다.



늘 임시보호만 하다가 얼떨결에 빌리를 가족으로 맞이하고 나니 솔직한 심정으론 기쁨보다 책임의 무게가 묵직합니다.



어릴 땐 못났을테지만, 지금은 보송한 블랙 송충이나 검은 해삼처럼 매력이 생기는 중이며
SNS나 블로그를 오래 하신 분들이 그러하듯 저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피사체의 매력만을 강조해서 담는 데 익숙합니다.

실물보다 예쁘게 나오도록 최선을 다한 화면이라는 뜻이죠... 제 눈엔 예쁩니다. :)


하지만 제 눈에 이 녀석의 미래는
광대 털이 부숭해 꽤나 귀엽고, 역광에서의 실루엣은 언뜻 멋지기도 할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정면보단 옆미남일테고요.

부숭부숭한 블랙 중단모 이중코트에, 조금은 동그란 세미코비 체형으로 자랄테고요.


자라면서 태비는 옅어지고 겉털이 좀 더 밀도있게 자라날 겁니다.
턱 털이 길어지면서 다이아몬드형 얼굴형이 되고 나면 제법 균형잡힌 얼굴로 변할겁니다.



한동안은 어정쩡한 속털 위주의 목만 긴,
검은 잉크가 좀 모자란 것 같은, 좀 이상하게 생긴 고양이일테지만,
그건 중고양이 시절에 중단모 고양이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원숭이 시기일테니 걱정되지 않습니다. ㅋㅋ


오래 꿈꿔왔던 이상형 고양이는 사실
블루 마블 태비나 스모키, 링스포인트를 가진, 슬릭한 체형의,
겉털이 착 붙어 매끈하고 속털의 밀도는 낮은 자연발생형 피모의, 주둥이가 긴 대형종 암컷 고양이였어요.


친근하고 관찰하길 좋아하며 느긋하고 다른 고양이를 존중하는 젠틀한 성격까지 가진 고양이를
20년이 훌쩍 넘도록 구체적으로 꿈꿔왔습니다.


굳이 품종의 모양으로 표현한다면 메인쿤 이하, 놀숲 이상쯤 되는 체격과 외모에
무늬만 블루 링스포인트 등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성격은 부모묘를 닮기에 품종으로 빗대기는 무리겠네요.


사실, 만나기 어려운 고양이를 상정하면서 가족으로 들이지 않겠다는 수동적 거부에 가까웠어요.



빌리는,
이상형의 컬러나 체형이나 피모나 두상이나 성별이나 성격과는 정말 하나도 일치하지 않는 녀석이지만
그 이상형은 이제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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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충 말똥성게 숏헤어로 칭하기로 했습니다. 앙장구 최고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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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튼튼하고 버릇없는 성묘가 되자구. 할 수 있지, 빌리?

https://youtu.be/1mYWswTD8k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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